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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에서의 팔라시오 데 비아나, 칼레혼 델 파뉴엘로, 메디나 아자하라

by 양지니 2025. 4. 2.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보석 같은 도시, 코르도바(Córdoba)는 한때 이베리아반도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역사 깊은 곳입니다. 이 도시는 기원전 로마 제국 시대부터 이슬람 왕조, 그리고 기독교 문화가 차례로 꽃 피우며, 각 시대마다 독창적인 문화와 건축물을 남겼습니다. 오늘날 코르도바는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절묘하게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과거의 찬란했던 유산을 현대적인 감각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흔히 코르도바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스키타(La Mezquita) 대성당, 유대인 지구(Judería), 알카사르(Alcázar de los Reyes Cristianos) 같은 대표적인 명소를 찾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보다 한적하고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들을 찾아가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코르도바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조용한 정원과 좁은 골목길, 그리고 자연 속에 숨겨진 고대 유적을 탐방하며 한층 더 특별한 코르도바 여행을 떠나 보세요.

코르도바 관련 사진

1. 팔라시오 데 비아나 – 12개의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귀족 저택

코르도바는 '정원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안뜰(patio)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특히 매년 5월에는 코르도바 파티오 축제(Festival de los Patios de Córdoba)가 열려, 다양한 개인 주택과 궁전의 정원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기도 합니다. 팔라시오 데 비아나(Palacio de Viana)는 이러한 전통적인 파티오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코르도바의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이곳은 15세기에 건축된 귀족 저택으로, 여러 세기에 걸쳐 증축되며 오늘날과 같은 웅장한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저택 내부에는 스페인 귀족들이 사용했던 가구와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조화롭게 섞인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팔라시오 데 비아나의 진정한 매력은 실내보다는 궁전을 둘러싸고 있는 12개의 독창적인 정원에 있습니다. 각각의 정원은 서로 다른 시대와 스타일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슬람식 안뜰 정원부터 르네상스풍의 유럽식 정원까지 다양한 양식이 공존합니다. 분수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정원에서는 코르도바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오렌지 나무와 향기로운 꽃들이 가득한 곳에서는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궁전 내부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귀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품과 함께,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보존된 희귀 서적과 역사적 문서들을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방문객들은 정원을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어, 도심 속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입니다. 팔라시오 데 비아나는 코르도바의 대표적인 관광지보다는 비교적 덜 붐비는 곳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코르도바의 정원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장소입니다.

2. 칼레혼 델 파뉴엘로 – 세상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에서 만나는 코르도바의 숨은 매력

코르도바의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마치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곳은 한때 이슬람 왕조의 중심지였던 만큼, 아랍풍의 건축 양식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좁은 골목길들은 당시의 도시 설계 방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뜨거운 햇살을 차단하고, 골목 안쪽까지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곳이 바로 칼레혼 델 파뉴엘로(Callejón del Pañuelo)라는 골목입니다. 이곳은 코르도바에서 가장 좁은 골목길로 알려져 있으며, 그 폭이 겨우 50c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스페인어로 pañuelo는 '손수건'을 뜻하는데, 이 골목의 이름이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손수건을 펼쳐서 양쪽 벽을 동시에 닿을 정도로 좁다는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좁은 골목을 지나면서 흰색 석회벽과 푸른색 화분들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안달루시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벽면에는 작은 창문들이 자리하고 있고, 벽을 따라 놓인 화분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 있어, 골목길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골목길 끝에는 작은 광장(Plaza del Pañuelo)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작은 분수와 함께 조용한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칼레혼 델 파뉴엘로는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코르도바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구시가지의 복잡한 거리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산책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곳에서 골목길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고,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코르도바의 분위기를 경험해 보세요.

3. 메디나 아자하라 – 1000년 전의 찬란한 왕국을 만나다

코르도바에서 서쪽으로 약 8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이슬람 왕국이 남긴 웅장한 유적지 메디나 아자하라(Medina Azahara)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10세기 후반, 코르도바 칼리프 왕국의 압드 알라흐만 3세(Abd al-Rahman III)가 건설한 궁전 도시로, 당시에는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왕국으로 손꼽혔습니다.메디나 아자하라는 단순한 궁전이 아니라, 수도 기능을 수행했던 거대한 도시였습니다. 왕궁뿐만 아니라 행정 기관, 정원, 병영, 사원, 도로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당시의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도시는 단 70년 만에 전쟁과 내분으로 인해 파괴되었고, 이후 오랫동안 잊힌 채 폐허로 남아 있었습니다. 현재는 발굴과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며, 방문객들은 일부 복원된 유적지를 통해 과거의 찬란했던 메디나 아자하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왕궁의 흔적을 비롯해 기둥과 아치형 문, 연회장, 모자이크가 장식된 벽들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 중 하나는 살롱 리코(Salón Rico)라는 연회장입니다. 이곳은 과거에 왕이 귀족들과 함께 연회를 열거나 외국 사절단을 맞이했던 장소로, 당시의 화려했던 분위기를 일부나마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메디나 아자하라의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코르도바 시내의 전망도 장관이어서, 과거 왕들이 이곳에서 바라보았던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메디나 아자하라는 코르도바의 대표적인 관광지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이지만, 이슬람 문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방문해야 할 명소입니다. 유적지 탐방을 마친 후에는 근처의 박물관에서 출토된 유물과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역사적인 유적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메디나 아자하라는 최적의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1000년 전의 찬란했던 왕국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코르도바의 깊은 역사 속으로 빠져보세요.